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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전거 바퀴 돈다 바퀴 돌고 돌며 숨결 되고 있다 풀 되고 있다
너의 배꼽에서 흐르는 FM 되고 있다 실개천 되고 있다 버들구름 되고 있다
막 태어난 햇살 업고 자장가 불러주는 바람 되고 있다
초록빛 콩꼬투리 조약돌 되고 있다
바퀴 돌고 돌며 너에게 가는 길이다
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인 아침
부스러기 시간에서도 향기로운 밀전병 냄새가 난다 밀싹 냄새 함께 난다
기운차게 자전거 바퀴 돌린다
사랑이 아니면 이런 순간 없으리 안녕 지금 이 순간
너 잘 존재하길 바래 그 다음 순간의 너도 잘 존재하길 바래
자전거 바퀴 돌리는 달리아꽃 빨강 꽃잎 흔들며 인사한다
다음 생에 코끼리 될 꿀벌 자기 몸속에서 말랑한 귀두짝 꺼낸다
방아깨비들의 캐스터네츠 샐비어 꿀에 취한 나비의 탭댄스
사랑에 빠진 자전거 되기 전 걸어온 적 있는 오솔길 따라 숲의 모음들 홀씨처럼 부춘다 아, 에, 이, 오, 우, 아, 아,
만약에 말이지 이 사랑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 해도
안녕,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달려간 이 길 기억할게
사랑에 빠져서 정말 좋았던 건 세상 모든 순간들이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
행복한 생성의 기억을 가진 우리 어린 화음들아 안녕
김선우,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, 창비, 2012.
만약에 말이지 이 사랑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 해도
안녕,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달려간 이 길 기억할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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